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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아의 업적 조금만 더 살펴보기

필로마테스 2021. 1. 12. 03:42

수학 카드 뉴스 갈루아 편에서 갈루아는 '해가 아니라 해들의 구조'에 초점을 뒀다고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갈루아가 통찰했던 '구조'와 그가 만들어낸 갈루아 이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해보려 합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보통 갈루아 이론은 학부 3~4학년 때에 배우는 내용입니다. 즉 수학과 학부 커리큘럼 중에서도 제법 상위에 속하는 내용입니다. 제 나름 최선을 다해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만, 제가 쓴 걸 다시 읽어본 지금도 솔직히 어렵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이런 게 있고, 갈루아가 이런 걸 18살에 파악했다니 뛰어난 천재성을 가졌구나 정도로 인식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정말로 갈루아 이론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으신 수학과 학부생들이라면, 이 내용을 간단한 소개 정도로만 봐주시고, 정확한 내용은 교과서를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먼저 대수학의 기본 언어가 되는 '군(group)'을 설명하겠습니다. 군이란, 기본적으로 연산이 정의된 집합입니다. 예컨대 정수(예; $\ldots, -2, -1, 0, 1, 2, \ldots$)의 집합을 수학에서는 $\mathbb{Z}$라고 표기하는데, 여기에 덧셈이라는 연산을 정의하면 군이 됩니다. 하지만 아무런 집합에 아무런 연산을 정의한다고 군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집합은 연산에 1) 닫혀 있어야 하고, 2) 항등원을 포함해야 하며, 3) 각 원소별로 모든 역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만 봐서는 무슨 의미인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우니, 몇 가지 예제를 살펴봅시다.

 

먼저 '닫혀있음'부터 살펴볼까요? 홀수 1, 3, 5, 7, 등으로 이루어진 집합을 떠올려볼까요? 이를 $O$라고 표기할게요. 여기에 덧셈을 정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예를 들자면, $1+3$을 보면 그 값은 4인데, 이는 홀수가 아니므로, $O$에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이 경우 우리는 $O$는 덧셈에 닫혀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반면 두 정수의 합은 정수이므로, 정수의 집합 $\mathbb{Z}$는 덧셈에 닫혀있다고 말하지요.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항등원입니다. 정확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 항등원 $e$는 무작위 원소 $a$에 대해서 $a*e = e*a = a$를 만족한다. 물론 이렇게 설명하면 너무나 복잡하지요. 간단한 예제를 들면, 덧셈의 경우는 0을 말합니다. 어떤 수든 0과 더하면 여전히 같은 값을 내놓지요. 수식으로 표현하면, $x$가 어떤 수든 $x+0 = x$이며 $0+x = x$입니다. 이렇게 그것과 연산을 취해줘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원소를 항등원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정의한 연산이 덧셈이 아니라 곱셈인 경우는 항등원이 1이 되겠지요. $x$가 무엇이든 $x \times 1 = x$이고, $1 \times x = x$이니까요. 집합이 군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이 정의된 연산의 항등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정수의 집합은 덧셈의 항등원인 0을 포함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군은 각 원소별로 그것의 역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A$라는 집합에 $*$라는 연산이 정의되어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의 항등원을 $e$라고 표기합시다. 그렇다면 $A$의 원소 $a$의 역원은 $a*x = e$와 $x*a = e$를 만족하는 원소 $x$를 말합니다. 역시 정의만 봐서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쉽게 덧셈의 예제로 돌아가 볼까요? 먼저 덧셈의 항등원은 $0$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의 역원은 $1+x = 0$을 만족하는 값 $x$를 말합니다. 우리는 이것이 $-1$임을 잘 알고 있지요. 즉 $1$의 덧셈의 역원은 $-1$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의 역원은 $-2$, $-4$의 역원은 $4$가 되겠지요. 집합이 군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 원소별로 그것의 역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곱셈의 경우는 어떨까요? 앞서 곱셈의 항등원은 $1$임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5$의 역원은 $5 \times x = 1$을 만족하는 값 $x$, 바로 $1/5$를 말하는 것이지요.

 

자 위의 세 조건을 기반으로 $\mathbb{Z}$가 덧셈에 대해 군을 이루고 있음을 볼까요? 먼저 정수와 정수의 합은 정수이므로, $\mathbb{Z}$는 덧셈에 닫혀 있습니다. 항등원 $0$은 정수이므로, $\mathbb{Z}$는 항등원을 포함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정수 $n$의 역원은 $-n$인데, 이 역시 정수이므로 $\mathbb{Z}$는 각 원소별로 모든 역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mathbb{Z}$는 덧셈에 대해 군을 이룹니다. 이를 덧셈군이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mathbb{Z}$는 곱셈에 대해서는 군을 이루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2$의 곱셈의 역원은 $1/2$인데 이는 정수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군의 정의가 굉장히 길었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렇게 복잡한 개념은 아닙니다. 오히려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 장난같다는 느낌이 있지요. 하지만 군이라는 구조는 수학에서는 굉장히 강력한 도구로 쓰입니다. 지금 우리야 정수와 덧셈이라는 아주 간단한 예제를 보았지만, 수학에서는 수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것들로 군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예컨대 벡터, 행렬, 함수, 회전, 경로 등 다양한 것들이 군을 이룰 수 있습니다. 어떤 수학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이 떠오르면, 수학자들은 항상 그것들로 군을 만들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군은 추상적이지만, 동시에 어디든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오늘 갈루아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함수들의 군'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함수들의 군에 정의된 연산은 함수의 합성입니다. 예를 들어 $f(x) = x^2$이고 $g(x) = x+1$이라면 이 두 함수의 합성은 $f\circ g(x)$라고 표기하는데 그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f \circ g(x) = f(g(x)) = f(x+1) = (x+1)^2.$$

앞선 덧셈의 경우 순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a+b = b+a$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너무나 자명하지요. 하지만 함수의 합성은 순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f(x)$와 $g(x)$을 '반대로' 합성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g \circ f(x) = g(f(x)) = g(x^2) = x^2+1.$$

즉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연산 순서가 상관이 없는 경우를 아벨군, 상관이 있는 경우를 비아벨군이라고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함수의 합성의 경우 항등원에 해당하는 예제는 $e(x) = x$, 즉 무엇을 넣든 그 값이 나오는 함수가 됩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체입니다. 체 역시 군 처럼 연산이 정의된 집합입니다. 군의 경우 그 연산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면 체는 오직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만을 말하지요. 아주 간단한 예로 유리수(모든 분수)의 집합을 떠올리면 됩니다. 유리수의 집합은 주로 $\mathbb{Q}$로 표기하지요. $x,y$가 유리수라면 $x+y, x-y, xy, x/y$ 모두 유리수입니다. (마지막의 경우 $y$는 0이어서는 안 됩니다.) 여기에 항등원, 역원의 조건을 만족해주고, 초등학생 때 배웠던 간단한 대수적 법칙(결합법칙, 교환법칙, 분배법칙 등)을 만족하면 이를 체라고 부르지요.

 

재미있는 것은, 기존에 정의된 체에 새로운 원소를 포함시켜, 더 큰 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sqrt{2}$는 제곱해서 2가 되는 수를 말합니다. 이 것은 유리수가 아닙니다. 갖은 용을 써봐도 $\sqrt{2}$를 $a/b$ 꼴로 표기할 수가 없지요. 하지만 $\sqrt{2}$를 유리수처럼 대해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유리수와 유리수의 합, 차, 곱, 나눔은 여전히 유리수이므로, $1+\sqrt{2}$이나 $\sqrt{2} - \frac{1}{2}$나 $frac{2\sqrt{2}}{5}$ 등 모두가 유리수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이렇게 '$\sqrt{2}$를 유리수인 양 가정했을 때 만들어지는 모든 유리수의 집합'을 수학에서는 $\mathbb{Q}(\sqrt{2})$라고 표기합니다. 이 새롭게 정의된 체 $\mathbb{Q}(\sqrt{2})$는 기존의 유리수체 $\mathbb{Q}$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수학에서는 '\mathbb{Q}(\sqrt{2})$는 $\mathbb{Q}$의 확대체'라고 말하지요. 그리고 $\mathbb{Q}(\sqrt{2})/\mathbb{Q}$라고 표기합니다.

 

보통 돋보기로 글씨를 확대하면, 그것이 얼마만큼 확대되었는지를 말해주는 숫자, 이른바 배율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체도 확대될 때, 그것이 기존의 체에서 '얼마만큼 확대되었는지' 말해주는 숫자가 있습니다. 이를 차수라고 합니다. 앞선 $\mathbb{Q}(\sqrt{2})$를 볼까요. 이 $\sqrt{2}$는 원래는 유리수가 아니지만, 유리수로 이루어진 방정식의 해입니다. 바로 $x^2-2 = 0$라는 방정식의 해지요. 이 방정식의 차수(가장 높은 $x$의 승)는 2입니다. 이 경우 우리는 '$\mathbb{Q}(\sqrt{2})$의 ($\mathbb{Q}$에 대한) 차수가 2다'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mathbb{Q}(\alpha)$라는 체는 $\mathbb{Q}$에 $\alpha$라는 값을 포함시켜 만든 $\mathbb{Q}$의 확대체인데, 이것의 차수는 $\alpha$를 근으로 삼는 (최소차항 유리 계수) 다항식의 차수입니다.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혼란스러우신가요? 간단하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1. 군이란, 연산이 정의된 집합이다. 닫혀있음, 항등원, 역원의 조건만 만족한다면, 어떤 것이든 군이 될 수 있다.

2. 체는, 합, 차, 곱, 나눔에 닫혀있는 집합을 말한다. 쉽게 $\mathbb{Q}$를 떠올리면 된다.

3. $\mathbb{Q}$에 새로운 원소를 포함시켜 확대체를 만들 수 있다.

4. 돋보기의 배율처럼, 확대체에도 배율과 같은 개념이 있다. 이를 차수라고 한다.

 

자 이제 갈루아 이론의 핵심에 거의 근접했어요. 두 개의 체 $K,F$를 가정합시다. 더 나아가 $K$가 $F$의 확대체라고 가정합시다. 즉, $K/F$인 셈이지요. 이러한 확대가 어떤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K/F$를 갈루아 확대라고 부릅니다. (그 조건은 이 본문에서는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다음의 다섯 개의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 $f$를 떠올려봅시다. 

 

1. $f$의 정의역과 치역은 $K$이다. 즉, $f$라는 함수는 $K$의 원소를 넣을 수 있고 그 결과값은 역시 $K$의 원소이다.

2. $K$의 두 다른 원소 $x, y$가 있다 하자. 그렇다면 $f(x)$과 $f(y)$는 다른 값을 가져야 한다.

3. $K$의 임의의 원소 $y$를 떠올리자. 그렇다면 $y = f(x)$를 만족하는 $K$의 원소 $x$가 하나 존재해야 한다.

4. $f$는 합과 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 $f(a+b) = f(a)+f(b)$, $f(ab) = f(a)f(b)$

5. 만약 $x$가 $F$의 원소라면 $f(x) = x$를 만족해야 한다.

 

굉장히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과연 이렇게 많은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확한 통찰입니다. $K/F$가 갈루아 확대라면, 위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의 개수는 $K/F$의 차수와 같습니다. 앞선 $\mathbb{Q}(\sqrt{2})/\mathbb{Q}$의 경우는 이러한 함수가 2개밖에 없습니다. 그 차수가 2였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함수들을 동형 사상이라고 부르고, 이 동형 사상들의 집합을 $Gal(K/F)$라고 표기합니다. 놀랍게도 이 동형사상들의 집합은 군을 이룹니다! 함수의 합성에 대해 군을 이루지요. 이것이 갈루아 이론의 핵심입니다. '체의 확대가 갈루아 확대라면, 그것들의 동형 사상은 군을 이룬다. 그 동형 사상의 개수는, 체의 확대의 차수와 일치한다.'

 

그렇다면 갈루아 이론이 도대체 어떻게 5차 방정식의 해법과 관련이 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굉장히 어려운 내용이므로 간략하게만 설명할게요. 먼저 2차 방정식의 예제를 볼까요? 근의 공식을 착실히 외운 분들이라면 $ax^2+bx+c=0$의 근은 다음과 같음을 떠올릴 것입니다.

$$x = \frac{-b \pm \sqrt{b^2-4ac}}{2a}$$

각각의 해를 편의상 $y_1, y_2$라고 표기하겠습니다. 이 2차 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1차식의 곱의 형태로 인수분해할 수 있습니다.

$$ax^2+bx+c = a (x-y_1)(x-y_2).$$

그리고 이 식의 해를 찾겠다는 것을, 지금까지 선보인 갈루아 이론의 관점으로 해석하면 $Gal(\mathbb{Q}(y_1,y_2)/\mathbb{Q})$의 성질을 파악하겠단 의미와 같습니다. 여기서 갈루아의 천재성이 발휘됩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모든 작업 또한 갈루아의 천재성을 보여줍니다.) 갈루아가 증명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n$차 방정식 $P(x)$을 가정하자. 이 것의 해를 $y_1, y_2,, \ldots, y_n$이라고 표기하자. $Gal(\mathbb{Q}(y_1, \ldots, y_n)/\mathbb{Q})$군이 '가해성'이라는 성질을 만족하면, $P(x)$의 해법은 표현될 수 있다. (가해성이란, 군이 작은 군들로 '잘' 분해될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P(x)$가 $n$차 방정식일 때, 그것에 해당하는 갈루아 군은 $S_n$이다. $n$이 5 이상인 자연수일 때 $S_n$은 가해성을 만족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5차 이상의 고차 방정식의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갈루아 이론을 간단하게 살펴봤습니다. 물론 원활한 설명을 위해 가해성이라느니, 갈루아 확대라느니 몇 가지 중요한 개념들을 건너뛰었고, 또한 대부분의 개념을 조금 덜 엄밀하게 다뤘습니다. 여러분들이 '갈루아 이론이라는 것이 있는데, 군과 체 사이의 연관성에 관한 이론이고, 이 이론의 결과로 5차 그 이상의 고차 방정식의 해법은 표현이 불가능하다' 정도로 이해하셨다면, 제 설명을 정확히 이해하셨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여나 그 외에 질문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코멘트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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