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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수에서 실수로 본문
여러분들은 아마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 시간에 수의 체계에 대해서 배우셨을 것입니다. 먼저 자연수에서 시작해, 정수, 유리수, 실수, 그리고 더 나아가 복소수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배웁니다. 흥미로운 체계입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의아합니다. $1, 2, 3, 4, \ldots$ 자연수는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왜 이 앞에 마이너스를 붙여 정수를 만들었을까, 왜 유리수로는 충분하지 않아 무리수를 정의했을까, 왜 복소수가 필요한 걸까, 이런 의문들이 듭니다. 이번 시간에는, 대수학적 관점에서 수의 확장이 왜 필요했는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자연수에서 정수로
이름부터 싱그럽고 자연스러운 자연수는 1, 2, 3, 4 등 '세는 숫자'들을 말합니다. 수학에서는 영어의 Natural Numbers의 앞글자를 따 흔히 $\mathbb{N}$으로 표기합니다. 제가 자연수를 정의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0도 자연수인가요? 하는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0은 자연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수학자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논문에서 $\mathbb{N}$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자연수는 덧셈에 대해 잘 작동합니다. 자연수의 합은 자연수지요. 하지만 자연수는 뺄셈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마 초등학생 때 '$2$에서 $3$을 뺄 수 없어요'라고 배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2$에서 $3$을 뺄 수 있고 그것은 $-1$이다 라는 것을 배우며 음의 정수의 존재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자연수와 음의 정수, 그리고 0을 한데 모아 수학자들은 정수라고 정의했습니다. 이것을 수학에서는 $\mathbb{Z}$로 표기하는데 그것이 Zungsu...에서 온 것은 아니고 독일어로 수를 의미하는 Zählen의 앞글자를 따온 것이랍니다. 수학자들은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mathbb{N}$의 정의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주로 $\mathbb{Z}$를 사용합니다. 예컨대 0 이상의 모든 정수는 $\mathbb{Z}_{\geq 0}$으로, 자연수는 $\mathbb{Z}_{\geq 1}$로 표기하곤 하지요.
자연수에서 정수로의 확장은 뺄셈에서도 잘 작동하게 하기 위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수학적인 표기로는 '정수는 군을 이룬다'고 합니다. 군(group), 어째 생소한 단어지요? 군은 수학과 대학생들이 학부 1~2년차에 듣는 추상대수학에 나오는 개념이랍니다. 수학과가 배우는 거라니, 너무 어렵게 느껴지신다고요? 절대로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겁먹지 마시고 저와 함께 군의 정의에 대해서 차근차근 알아볼까요?
수학에서 어떠한 객관적인 조건을 만족하는 것들의 모임을 집합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집합에 포함된 것들을 원소라고 부르지요. 대표적인 집합으로는 자연수의 집합, 정수의 집합 등이 있지요. 그리고 그것들을 각각 $\mathbb{N}, \mathbb{Z}$로 표기한다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더 나아가 이 수들은 서로 연산을 취해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덧셈과 곱셈 등이 있지요. 기본적으로 군이란, 연산이 정의된 집합을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군의 공리(Group Axioms)라는 이름의 4개의 조건이 추가로 붙습니다. $\mathbb{Z}$와 덧셈을 예로 한번 그 규칙을 하나하나씩 따져볼까요?
1. 먼저 연산은 교환법칙을 만족해야 합니다.
교환법칙이라는 말 기억이 나시나요? 아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 보신 단어라, 이제는 낯설게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산의 순서에 상관없이 항상 같은 값을 내뱉는 연산 보고 우리는 교환법칙을 만족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덧셈의 경우 $1+2+3$이라는 식이 있으면 앞의 $1+2$를 먼저 계산하든, 뒤의 $2+3$를 먼저 계산하든, 항상 6이 나오지요. 덧셈은 교환법칙을 만족합니다. 수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표기해줄 수 있지요.
$$(x+y)+z = x+(y+z)$$
반면 뺄셈은 교환법칙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예컨대 $(3-2)-1 = 0$이지만, $3-(2-1) = 2$이니 말이에요.
2. 군은 연산에 대해 닫혀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그 군의 어떤 두 원소를 갖고 연산을 취해도, 그 결과가 여전히 군의 원소여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가령 정수의 집합을 보면, 어떤 두 정수를 가져와도 그것들의 합은 여전히 정수입니다. 이것을 수학에서는 '정수는 덧셈에 닫혀있다'라고 말하지요.
3. 군은 항등원을 포함하고 있다.
$0$이라는 숫자는 특이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수든 0을 더하면 여전히 같은 값을 내놓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연산을 $\circ$라고 표기할 때 어떤 $a$든 $a\circ e = a$이며 $e \circ a = a$를 만족하는 원소 $e$를 $\circ$ 연산의 항등원이라고 부릅니다. 덧셈의 경우엔 $0$에 해당하지요. $0$은 정수이므로 $\mathbb{Z}$는 덧셈의 항등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4. 군은 모든 원소별로 그것의 역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역원이란, 연산을 취했을 때 항등원이 나오는 다른 원소를 말합니다. 에컨대 $4$라는 정수를 떠올려봅시다. $4$라는 숫자에 무엇을 더해야 항등원 $0$이 나올까요? 바로 $-4$입니다. 이때 우리는 $-4$는 $4$의 역원이라고 정의합니다. 반대로 음의 정수 $-n$의 역원은 $n$에 해당하겠죠. 그리고 $0$의 역원은 $0$ 자기 자신입니다. 즉 어떤 정수 $x$를 취하든 그 역원 $-x$도 여전히 정수입니다. 즉 $\mathbb{Z}$는 모든 원소의 역원을 포함하고 있지요.
어때요, 하나하나 살펴보니 결코 어려운 규칙들이 아니지요? 집합이 연산을 만나 4개의 조건을 만족하면 군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이 연산이 덧셈인 경우 이것을 덧셈군(additive group)이라고 부르지요. 즉 $\mathbb{Z}$는 덧셈군입니다. 반면 $\mathbb{N}$은 군을 이루지 못합니다. $0$과 음의 정수가 없으므로 3번째 조건과 4번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지요. 수학자들은 군에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군이 가장 다루기 간편한 구조일 뿐만 아니라 수학의 전반적인 분야에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수학자들은 자연수보단 정수에 더 관심을 둡니다.
$\mathbb{Z}$는 덧셈에 대해서 잘 작동할 뿐만 아니라 곱셈에 대해서도 얼추 잘 작동합니다. 덧셈군이라고만 부르기엔 $\mathbb{Z}$가 갖는 구조가 너무 훌륭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수학자들은 군보다 조금 더 복잡한 구조인 환(ring)이라는 것을 정의합니다. 덧셈군은 연산이 덧셈 단 하나밖에 없는데 비해, 환은 2개의 덧셈과 곱셈으로 연산이 2개인 구조를 말합니다. 물론 군과 마찬가지로 환은 곱셈에 대해서 몇 개의 규칙을 만족해줘야 합니다. 한번 차근차근히 살펴볼까요?
1. 먼저 환은 곱셈에 대해 닫혀있어야 합니다.
$\mathbb{Z}$가 덧셈에 대해 닫혀있단 것이 어떤 의미였죠? 바로 어떤 두 정수를 취하든, 그 합은 여전히 정수이다 라는 의미였죠. 마찬가지로 어떤 두 정수를 취하든 그 곱 역시 여전히 정수입니다. 이걸 $\mathbb{Z}$가 곱셈에 대해 닫혀있다는 의미이지요.
2. 환은 곱셈의 항등원을 포함하고 있다.
덧셈의 항등원의 정의를 기억하시나요? 어떤 $a$든간에 $a+x = a$이며 $x+a=a$를 만족하는 수 $x$였습니다. 바로 $0$이었죠. 그렇다면 곱셈의 항등원은 무엇일까요? 어떤 $a$든 간에 $a \cdot x = a$이며 $x \cdot a = a$를 만족하는 수 $x$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수가 $1$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1$은 정수이므로 $\mathbb{Z}$는 곱셈의 항등원 역시 포함하고 있습니다.
3. 환의 덧셈과 곱셈은 분배법칙을 만족해야 한다.
분배 법칙은 $a\cdot (b+c) = a\cdot b + a\cdot c$라는 성질을 말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산술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법칙이지요. 그래서 앞으로는 이번 포스팅에서 이 규칙은 앞으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mathbb{Z}$는 환입니다. 사실 수학에선 정말 다양한 환들이 있지만 $\mathbb{Z}$가 가장 직관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기본이 되는 환입니다. 즉 자연수가 정수로 확장되면서 '군'이라는 구조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환'이라는 더 복잡한 구조 역시 선물 받은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수의 체계로 넘어가기 전에 정수의 어원에 대해서 소개해볼게요. 정수는 영어로 integer입니다. 이것은 라틴어 접두사 in-과 동사 tangere에서 온 말인데, tangere는 만지다, 손대다, in-은 그것의 부정을 말합니다. 직역하자면 만져지지 않은 것, 손 때 묻지 않은 것이란 뜻인데, 이것은 온전한 것을 의미합니다. 분수나 소수는 '온전하지 않은데' 비해, 정수는 온전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지요.
정수에서 유리수까지
그럼 이번엔 정수에서 유리수로 확장시켜볼까요? 옛날 사람들은 $1, 2, 3, 4$와 같은 정수들을 알게된 후, 숫자들을 쪼개어 그보다 더 작은 수들을 정의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입니다. 예컨대 사과 반쪽은 정수로는 표현할 수 없지요. 그들은 분수라는 것을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분수를 유리수라고 부릅니다. 정확한 정의는 '두 정수의 비율로 표기할 수 있는 수,' 즉 정수 $p$와 $0$이 아닌 정수 $q$가 있어 $\frac{p}{q}$꼴로 표기가 가능한 수를 말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모든 정수가 유리수임이 자명합니다. 왜냐하면 $p$라는 정수는 $\frac{p}{1}$라는 분수로도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유리수들은 소수로 표현하면, 항상 유한소수이거나 순환하는 무한소수의 꼴을 갖습니다. 그래서 중학생 때, 유한소수나 순환하는 무한소수를 유리수,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를 무리수로 배웠을 것입니다. 유리수는 영어로 Rational Numbers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mathbb{R}$이라고는 표기하지 않고, 뜬금없지만 몫을 의미하는 quotient의 앞글자를 따 $\mathbb{Q}$라고 표기합니다.
$\mathbb{Q}$는 환을 이루는 것을 보여볼까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mathbb{Q}$가 덧셈군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덧셈이야 교환법칙을 만족하는 연산이니 첫 번째 조건은 당연히 성립하는군요. 그리고 유리수는 덧셈에 닫혀있습니다. 예를 들어 $\frac{p}{q}$와 $\frac{r}{s}$의 합을 떠올려볼까요?
$$\frac{p}{q} + \frac{r}{s} = \frac{ps}{qs} + \frac{qr}{qs} = \frac{ps+qr}{qs}$$
결과값이 분수이므로, 여전히 유리수지요. 또한 항등원인 $0$은 정수, 그러므로 유리수입니다. 역원은 어떨까요? $\frac{p}{q}$라는 유리수를 가정해보면, 그것과 더해서 $0$이 되는 수는 $-\frac{p}{q}$로 역시 유리수입니다. 즉 $\mathbb{Q}$는 덧셈군을 이루는군요.
유리수가 환을 이루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곱셈의 항등원을 포함하고 있으며, 곱셈에 대해 닫혀있음을 보이면 됩니다. 곱셈의 항등원인 $1$은 정수이고, 그러므로 유리수지요. 또한 임의의 두 유리수 $\frac{p}{q}$와 $\frac{r}{s}$의 곱은 $\frac{pq}{rs}$로, 여전히 유리수입니다. 즉 $\mathbb{Q}$는 덧셈군을 이루는 것을 넘어 환을 이루지요.
여기에 더 나아가 $\mathbb{Q}$는 각 원소의 곱셈의 역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frac{p}{q}$라는 유리수를 떠올려봅시다. 이 수와 곱해서 $1$이 되는 수는 무엇일까요? 그 수는, $\frac{p}{q}$의 역수인 $\frac{q}{p}$입니다. 이 역시 유리수므로, $\mathbb{Q}$는 모든 원소들이 그 곱셈의 역원을 포함하고 있군요. 이렇게 환이 곱셈에 대해서도 군을 이루는 '아주 특별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면, 이것을 체(field)라고 부릅니다.
사실 앞의 문단에 문제가 단 하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눈치 빠른 독자분들이라면, $0$의 존재가 거슬렸을 것입니다. $0$의 역원은 $0$과 곱해서 $1$이 되는 숫자를 말하는데, 모두가 아시다시피 $0$과 곱하면 항상 $0$이 되어버리니까요. 즉 $0$의 역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0$의 존재가 거슬리니까 빼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0$을 빼는 것은 덧셈의 항등원을 포기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수학자들은 체를 정의할 때 $0$만큼은 눈감아주기로 했습니다. 자 그럼 지금까지 배운 덧셈군, 환, 체의 정의를 한번 요약해볼까요?
덧셈군이 되기 위해서는
1. 덧셈에 대해 닫혀있어야 한다.
2. 덧셈의 항등원 $0$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3. 각 원소의 덧셈의 역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mathbb{N}$은 2번과 3번 조건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mathbb{N}$가 $\mathbb{Z}$로 확장되면서 이 두 조건들을 만족하게 됩니다.
환이 되기 위해서는
1. 먼저 덧셈군이어야한다.
2. 곱셈에 대해서 닫혀있어야 한다.
3. 곱셈의 항등원 $1$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4. 분배법칙을 만족해야 한다.
$\mathbb{Z}$는 덧셈군이지만, 더 나아가 환을 이룹니다.
체가 되기 위해서는
1. 먼저 환이어야 한다.
2. $0$을 제외한 각 원소의 곱셈의 역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mathbb{Z}$를 2번 조건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mathbb{Z}$가 $\mathbb{Q}$로 확장되면서 이 마지막 조건을 만족하게 됩니다.
유리수에서 실수로
무리수의 역사는 아주 깁니다. 못해도 고대 그리스 시절서부터 알고 있었지요. 아마 제곱이라는 개념을 깨달은 대부분의 문명권은 무리수의 존재에 가까이 갔을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떠올렸을 수도 있지요. "한 변의 길이가 2인 정사각형의 넓이는 4잖아. 그럼 정사각형의 넓이가 2가 되려면 한 변의 길이는 몇이어야 하지?" 그 값은 1.4보다는 크지만 1.5보다는 작은, 무언가 애매한 값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 값을 $\sqrt{2}$라고 부르고, 그 값은 약 $1.41421\ldots$정도입니다. 이것이 무리수라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sqrt{2}$가 무리수임을 보이고 싶습니다. 그러면 반대로 $\sqrt{2}$가 유리수라고 가정하고, 그것이 어떤 모순을 만들어내나 살펴볼까요? 그렇다면 $\sqrt{2} = \frac{p}{q}$라는 분수의 형태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모든 분수는 기약분수의 꼴로 써줄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하고 계시죠? (기약분수란, 분모와 분자의 공약수가 $1$밖에 없어 더 이상 약분이 불가능한 분수를 말합니다.) 그러니 $\frac{p}{q}$가 기약분수라고 가정해봅시다.
양변을 제곱하면 $2 = \frac{p^2}{q^2}$꼴이 될 것입니다. 양변에 $q^2$를 곱해줌으로서 $2q^2 = p^2$이라는 식을 얻을 수 있지요. 자 그런데 좌변에는 $2$가 곱해져있으므로 짝수입니다. 그러므로 우변 역시 짝수여야겠지요. 하지만 $p$가 짝수라면 그 제곱인 $p^2$은 짝수일 수가 없습니다. 즉, $p$는 짝수여야 하고, 이건 $2$로 나뉘어야 한다는 뜻과 같습니다. 그러면 $p = 2r$이라고 표현해줍시다. 그럼 다음과 같은 식이 됩니다.
$$2q^2 = p^2 = (2r)^2 = 4r^2$$
여기서 양변을 $2$로 나누면 $q^2 = 2r^2$이라는 꼴이 됩니다. 이번엔 우변에 $2$가 곱해져있으므로 짝수군요. 즉 $q^2$는 짝수여야 하고, 위와 같은 논지로 $q$도 짝수여야 합니다. 즉 $q = 2s$이라고 표기해줄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문제가 생겼습니다. 앞서 $\frac{p}{q}$는 $\sqrt{2}$의 값을 갖는 기약분수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p$와 $q$의 공약수는 $1$이어야 하는데, 지금보니 $p = 2r$, $q=2s$이므로 둘 다 $2$로 나뉘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기존의 가정은 틀렸다는 의미겠군요. 즉 $\sqrt{2}$는 분수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sqrt{2}$는 무리수입니다.
이러한 증명법을 귀류법이라고 합니다. 증명하고 싶은 것의 반대되는 가정을 세운 뒤, 논리를 전개해 모순을 발견하는 방법을 말하지요. 모순이 발생하므로 기존의 가정은 틀린 것이 됩니다. 수학에서는 수천 년이 넘게 사용된 증명방법이지요. 위 논리는 실제로 수학자들이 $\sqrt{2}$가 무리수임을 증명하는데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물론 저렇게 증명을 구구절절하게 쓰지는 않습니다. 훨씬 더 짧고 간략하게 쓰지요.
실제 수학자들의 증명을 써보면 아래와 같을 것입니다.
Suppose $\sqrt{2} \in \mathbb{Q}$. Let $\sqrt{2} = \frac{p}{q}$ be irreducible. We have $2q^2 = p^2$, and hence $p$ is even. Replace $p = 2r$, and obtain $q^2 = 2r^2$, and hence $q$ is even. $p,q$ are not coprime, a contradiction.
아마 고대 그리스 수학자들도 위와 비슷한 논리로 $\sqrt{2}$가 유리수가 아님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당시 그리스 수학자들은 모든 수는 유리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처음으로 유리수가 아닌 수를 발견하니 아주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모순'을 발견한 사람은 히파수스로 피타고라스의 제자였는데, 피타고라스가 (혹은 그의 학파 사람들이) 그를 죽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연수에서 정수, 그리고 유리수로의 확장은 수와 연산의 구조에 대해서 공부하는 학문인 대수학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장됨에 따라 구조랄 것이 없던 자연수는 군이 되고, 환이 되며, 체가 되었죠. 하지만 유리수에서 실수로의 확장은 조금 다른 성질을 갖습니다. 이것은 극한, 연속성 등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인 해석학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학은 말로 풀어내면 항상 복잡해 보입니다. 하지만 겁먹지 마세요, 결코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저와 함께 한번 차근차근 그 의미를 알아볼까요?
수열이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열된 수열을 말합니다. 그리고 각 숫자를 항이라고 부릅니다. 이 수열은 한참 따라가다 보면 어떤 수에 다가가기도 하고, 계속해서 반복하기도 하며, 무한으로 치솟거나 계속해서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먼저 가장 간단한 수열의 예를 들어볼까요?
$$1, 2, 3, 4, \ldots$$
$n$번째 항은 $n$인 정말 간단한 수열입니다. 이 수열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어떤 수로 다가갈까요? 숫자가 계속해서 커지니, 무한히 쫓아가다 보면 무한으로 치솟아버릴 것입니다. 이 경우 우리는 수열이 '발산'한다고 말합니다.
이번엔 다른 수열을 떠올려봅시다.
$$1, \frac{1}{2}, \frac{1}{3}, \frac{1}{4}, \ldots$$
이 수열의 $n$번째 항은 $\frac{1}{n}$입니다. 이 수열은 무한히 쫓아가다 보면 몇에 다다르게 될까요? 바로 $0$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 수열은 점점 작아지고 있고, 각 항은 $0$보다 크기 때문이지요. 항상 $0$보다 큰 수가 계속해서 작아진다면 언젠가는 $0$에 다다를 것입니다. 이 경우 우리는 이 수열이 $0$으로 수렴한다, 혹은 이 수열의 극한값은 $0$이다 라고 말합니다.
(수렴의 정확한 정의는 이것보다 복잡합니다. 이해를 돕고자 조금 부정확하게 적은 점 알려드립니다.)
그럼 모든 수열은 수렴하거나 무한으로 발산해버릴까요? 그건 아닙니다. 어떠한 값에 다다르지도 않고, 무한으로 머나먼 여정을 떠나지 않는 수열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수열이 있지요.
$$1, -1, 1 ,-1, 1, -1, \ldots$$
이 수열은 계속해서 $1$과 $-1$을 반복합니다. 아무리 쫓아간들 이 수열이 무한히 커지는 것도 아니지만, 반대로 어떤 값에 끊임없이 가까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경우도 우리는 발산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한 값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면, 발산한다고 정의합니다.
이번에는 다른 수열을 살펴봅시다.
$$1.4, 1.41, 1.414, 1.4142, 1.41421, \ldots$$
이 수열은 앞선 수열보다 조금 더 작위적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항은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두 번째 항은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있습니다. 즉, 첫번째 항을 보면 이 수열은 항상 $1.4$와 $1.5$사이에 머문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두번째 항을 보면 이 수열은 항상 $1.41$과 $1.42$사이에 머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간격은 다음 항으로 넘어가면 넘어갈수록 점차 좁아지겠죠. 그래서 언젠가는 이 수열이 수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수열의 $n$번째 항은 $\sqrt{2} = 1.41421356237309504880168872\ldots$를 소수점 $n$번째 자리에서 끊은 값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항이 $1.4$, 두 번째 항이 $1.41$였습니다. 여기서 이제 유리수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이 수열의 각각의 항은 유한소수입니다. 즉 유리수지요. 하지만 이 수열이 수렴하는 값은 $\sqrt{2}$, 바로 무리수입니다. 즉, 우리의 수체계가 유리수에서 멈췄다면, 유리수로 이루어진 수열이 유리수가 아닌 값으로 수렴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유리수가 지닌 한계였지요.
어릴 적부터 우리는 수를 수직선이라고 부르는 직선 위에 표기하도록 배웠습니다. 한 점에 $0$을 찍고 그보다 오른쪽은 양수, 그보다 왼쪽은 음수 이렇게 말이지요. 그래서 각 수별로 직선 위에 대응되는 점이 있고, 반대로 각 점별로 대응되는 수가 있습니다. 자 여러분이 이 직선 위의 $0$과 $1$사이에 무작위로 한 점을 골랐다고 가정합시다. 이 점에 대응하는 수는 유리수일 확률이 높을까요, 아니면 무리수일 확률이 높을까요?
글쎄, $0$에서 $1$사이에는 무한히 많은 유리수가 있잖아, 그러니까 그 점이 유리수이지 않을까? 놀랍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수학은 항상 우리의 직관을 배신하지요. 정답은 무리수일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 높은 정도가 아니라 $100%$의 확률로 무리수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0$과 $1$ 사이에는 무한히 많은 유리수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빽빽하게, 무한히 더 빽빽하게 무리수가 채워져 있습니다. (더 많은 무한, 더 빽빽한 무한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그려지시지 않는다면 정상입니다. 이것은 언젠가 무한 집합 편에서 다양한 크기의 무한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즉 우리가 생각하기로는 유리수만으로 직선을 충분히 빽빽이 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직선을 채우는 것들은 거진 다 무리수라는 것입니다. 세는 것에서 시작된 수학의 역사를 반추해보면 무리수보다 유리수를 먼저 발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제로 통계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인류가 유리수를 무리수보다 먼저 발견한 것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이렇게 무한히 많은 유리수와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무리수를 한데 모아, 우리는 실수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Real numbers라 하고, $\mathbb{R}$이라고 표기하지요. 앞서 왜 유리수 Rational Numbers가 $\mathbb{R}$로 표기하지 않는지 아시겠지요? 실수는 두 가지 좋은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론, 만약 실수로 이루어진 수열이 수렴한다면 그 값은 실수라는 성질입니다. 방금 전 유리수에서는 그것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죠. 또 다른 성질로는, 모든 실수와 직선 위의 점은 서로 일대일 대응이 된다는 점입니다. 즉 실수를 모두 모아 크기대로 죽 정렬하면, 더 이상 숫자 하나 들어갈 틈 없는 완벽한 직선을 이룬다는 것이지요. 이 두 성질은 비록 말로 풀어냈을 때는 달라 보이지만, 수학적으로 완전히 같은 성질입니다. 이것을 완비성(completeness)이라고 부르죠. 유리수에서 실수로 확장되면서 수는 단순한 구조에서 벗어나 선이라는 기하학적 모양을 지닌 구조가 됩니다.
자 이렇게 오늘은 자연수에서 실수까지의 확장을 다뤄봤습니다. 자연수를 정수로 확장함으로 군이자 환을 만들고, 정수를 유리수로 확장함으로 체를 만들고, 유리수를 실수로 확장함으로 완비성이라는 성질을 부여해줬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실수의 확장판인 복소수와 그 이후의 것들을 소개하고, 왜 복소수의 확장에 대해서 수학자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지를 설명해드릴게요. 그럼 다음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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